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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은밀한 시선: 라깡의 카우치에서 영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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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정신분석의 은밀한 시선: 라깡의 카우치에서 영화 읽기
정가 15,000원
저자 박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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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6월 30일
형태사항 350쪽
ISBN 9788958720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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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정신과 의사, 영화를 상담하다
심리학이 난리다. 심리 실험이니 심리 테스트 같은 심심풀이 심리학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심리학 붐boom을 말함이다. 그러나 타인의 심리를 안다는 것을 우리는 그가 나를 좋아하도록, 혹은 내가 파는 무언가를 사고 싶도록 만드는 마법 상자쯤으로 여기게 하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관계에는 ‘공식’이라도 있다는 듯이. 심리학의 과학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공식’에 맞추어 관계를 조정control해가는 동안 정작‘나는 누구인가’라는 핵심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 질문은 쉽지가 않다.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어렵지만, 그 질문에 답하기는 더욱 어렵다. 주체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품고 있는 욕망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무의식의 욕망이다). 그러니 우리 자신도 우리 삶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정신분석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좀더 공부해보자고 책을 뒤적이려 해도, 정신분석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대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여 년 사이에 라깡학회가 창설되고 프로이트Sigmund Freud 전집이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일반 독자에게는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저서보다는 그에 관한 해설서가 더 많이 나와 있는 라깡Jacques Lacan만 해도, 그렇다. 그의 글쓰기Ecrits가 유독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라깡’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은 꼭 그렇게 (정말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것인지, 번역서라는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해한 문장으로 쓰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10여 년을 임상에서 활동해온 정신과 의사 박시성 교수가 라깡의 카우치 위에 영화를 올려두고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과 정신분석적인 글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책은 마흔 편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이미지에 관한 정신분석적 사고를 소개하고, 무의식과 욕망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고, 그리하여 자신의 욕망을 직시함으로써 주체로서 설 수 있음을 소개한다. 영화의 서사를 넘어서 형식, 이미지나 미장센, 인물의 구조, 영화음악이나 편집 방식 같은 요소들이 상호 작용해 생산하는 의미론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말미에 소개된 ‘정신분석학과 영화’에 대한 정치한 이론적 설명과 본문에 소개된 용어들을 정리된 이해에 도달하도록 하는 개념 사전이 라깡 정신분석학을 한층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체를 밝히라고 권하는 것, 그것이 정신분석의 매력이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소파에서 먹고 자면서 TV 화면만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표현이다. 이때 카우치는 분석은커녕 ‘생각’이란 단어도 끼어들 수 없는 장소다. 그러나 정신분석가에게는 다르다. 카우치는 그를 찾아온 의뢰인이 편안하게 누워 자유롭게 생각하고free association 말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해가는 공간이다. 즉 주체가 자기 자신을 표명하는 장소다.
사람은 자기만의 고유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주로 자신을 보호하고 변론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지만, 때로는 거칠고 잔혹하게 자신을 몰아붙인 역사로 구성한다. 어느 것이든 간에 주체는 그 역사 속에서 쾌락pleasure과 향락juissance 사이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사실 주체는 욕망을 알지 못하며, 욕망을 말하려 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욕망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즉 주체는 자신을 알지 못한다. 정신분석 임상은 존재의 역사를 전복시키고 해체하는 데 목적을 둔다.
끝없는 쾌락만을 추구하던 중년 남자 돈(돈 후안의 유사자counterpart)이 쾌락의 역사를 아들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되짚어가는 과정(<브로큰 플라워>)은 자신의 주관성을 깨뜨리고, 처음으로 옛 연인들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럼으로써 그는 아버지라는 타자가 될 기회를 처음 마련한다.

향락과 쾌락 사이
정신병 주체에게 현실은 미친 세계다. 외부 세계는 낯설고 그로테스크하게 경험된다. 현실이 외면하는 그 기괴함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남겨진 실재實在다. 그래서 두렵고도 아름답다. 아버지를 유혹한 창녀를 죽였다 믿는 남자가 살해한 것은 기실 그의 어머니다(<스파이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인간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대상이 바깥에 있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사실 외부는 항상 내부와 공모한다. 고통은 그 공모에 따라 생산되는 극치의 원초적 흥분이며 즐거움, 위험이다. 깨어진 첫사랑, 학교에서 겪는 일상적인 폭력. 모범생에서 폭행 사건으로 퇴학당하는 소년(<말죽거리 잔혹사>)의 뼈아픈 성장기는 벗어날 수 없는 폭력에 길들여지는 일은 가혹한 초자아의 도움 아래 향락jouissance이라는 고통의 쾌락을 얻는 일임을 보여준다. 폭력은 증오와 분노, 폭력에 대한 폭력까지도 먹고 자라는 무시무시한 쾌락의 괴물이다. 거대한 타자인 법과 인간 주체의 향락은 그렇게 가혹하게 우리를 폭력으로, 또 폭력의 희생물로 몰고 간다.

욕망은 언제나 타자의 욕망이다.
아내 조앤을 죽이고 비현실의 공간 인터존으로 달아난 작가 빌은 아내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글쓰기’에 관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고(<네이키드 런치>), 죽음을 앞둔 사진작가 로맹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말없이 사진만 찍는다(<타임 투 리브>). 정지된 이미지를 남기는 행위를 통해 사진에는 담겨 있지 않은 시각의 주체를 남기는 것이다. 사진 찍기로 그는 자신이 본 것의 주체가 되는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인간은 애초 가지고 있지 않던 것을 소유하려 한다. 또 타인에게 그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달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타인이 갖고 있지 않은 그것이 되려고 애쓴다. 그것이 결여lack다. 다른 여성에 관한 연인의 시선을 질투하여 스스로 다른 여성이 되어버린 여자는 다른 여성으로서 남자의 연인이 되어서는 다시금 과거의 자기 자신을 질투한다(<시간>). 욕망은 언제나 타인에 대한 욕망이라는 역설이다.
영화를 정신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식분석 임상의 실천과도 흡사하다. 영화를 정신분석 텍스트로 대함은 영화라는 이미지를 통해 ‘말해진 것’을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 사이의 ‘의미 작용signification’을 탐구하는 일이다.

욕망은 완성되지 않는다.
소리의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민감하게 포착하는 피아니스트 에리카(<피아니스트>). 그녀에게는 제가 클레머와의 도착적 애정 관계도, 면도날로 자기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도 모두 욕망에 몰입하도록 하는 욕동drive을 그대로 표현하는 일일 뿐이다. 안전한 쾌락, 안전한 일탈을 넘어서는, 큰 타자the Other의 욕망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욕망을 분리하고 표현해내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어 없는 질주를 뜻하지 않는다. 정신분석은 욕망에게 재갈을 물리고 주체의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다가가는 과정이다. 비록 끝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내며 | 라깡의 카우치에서 영화를 읽다

프롤로그 | 영화, 무의식의 이미지

욕망을 이미지화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무의식의 언어, 욕망의 기호
무의식의 이미지는 욕망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_ 멀홀랜드 드라이브
문자, 육체, 욕망 그리고 죽음 _ 필로우 북
타자의 욕망을 침범하는 위험 _ 악몽탐정
정신병의 미학
환각, 실재의 얼룩 _ 네이키드 런치
타자 또는 대상: 공포의 근원 _ 장화, 홍련
정신분열의 숭고한 아름다움 _ 스파이더
폭력이라는 향락
폭력의 풍경 _ 엘리펀트
폭력사회를 향한 고통스런 분노 _ 말죽거리 잔혹사
돌이켜야 할 _ 돌이킬 수 없는


무의식의 지식은 욕망에 관한 주체의 진실을 알고 있다
주체와 소외
기억의 파편에 갇힌 존재의 무게 _ 21그램
시간의 단절, 관계의 단락 _ 브로큰 플라워
낯선 삶에 대한 소외와 우울 _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조각난 육체, 분리된 자아
육체의 파편과 파리의 꿈 _ 플라이
죽은 자의 회상: 환영과 진실 _ 거미숲
조각난 자아 _ 데드 링거
욕망의 궤적
유전자 시대의 오이디푸스 _ 코드 46
노인, 소녀를 만나다 _ 활
죽음에 이르는 길 _ 타임 투 리브
안다고 상정되는 이미지
편집증적 불안에서 불가능한 화해까지 _ 랜드 오브 플렌티
진실이 거짓말하는 곳 _ 스위트룸
시각의 주체에 관한 실험과 게임 _ 히든


욕망이란 항상 타자의 욕망이다
미끄러지는 욕망의 시니피앙
복제된 욕망의 데자 뷔 _ 팜므 파탈
보통 사람들의 유치한 일상 _ 극장전
섬, 욕망의 상처를 치유하는 곳_ 루시아
결여로서의 욕망
질투의 모호한 대상 _ 시간
치정에 얽힌 도착증의 멜로드라마 _ 나쁜 교육
채울 수 없는 갈증, 소외와 결여 _ 흔들리는 구름
사랑 담론과 욕망의 변증법
사랑은 환영이다 _ 해변의 여인
삐딱한 비주얼 러브 스토리 _ 형사
타자의 시선과 욕망의 담론 _ 친밀한 타인들
성 차이의 시각적 공식
♀와 ♂의 소통 불가한 욕망 _ 6월의 뱀
포르노그래피 농락하기 _ 섹스 이즈 코미디
그 어머니들이 사는 법 _ 귀향


주체는 환상을 건너 재구성된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으로 _ 괴물
할머니를 기다리며 _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위반의 즐거움
꿈꾸는 육체, 위태로운 청춘 _ 몽상가들
금자씨에게 구원은 필요없다 _ 친절한 금자씨
인간 마을의 추악함: 가장과 허위 _ 도그빌
욕망을 주체화하기
건반과 손가락 사이 _ 피아니스트
섹스, 자동차 그리고 죽음의 욕동 _ 크래쉬

에필로그 | 정신분석적 실천의 다면성

욕망과 환상의 이론
라깡의 정신분석학은 영화와 어떻게 만나는가

용어사전 | 라깡 정신분석의 개념들
더 읽을거리 | 라깡과 영화, 고찰의 연대기

박시성

우울증과 정신신체의학 연구로 부산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신의대 정신과 교수. 호주 디킨대학교에서 라깡의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면서 임상 정신분석 경험을 쌓았고, '멜버른 라깡 서클' 회원이 되었다. 지금은 부산에서 임상 중심의 라깡 정신분석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씨네마떼끄 1/24 연구회원 시절 '정신분석과 영화'에 관한 탐구와 글쓰기를 시작하여, 부산아시아단편 영화제 집행위원, 영화 의 인물 자문, 영화음악 전문 웹진 의 기획 자문을 거치며 실천의 폭을 넓혔다. 현재 부산대 '예술, 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다.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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