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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염소: 사진으로 쓴 남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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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서울 염소: 사진으로 쓴 남편 이야기
정가 13,000원
저자 오인숙
수량 수량증가수량감소
발행일 2015년 5월 1일
형태사항 192쪽|165×210mm(무선)
ISBN 978-89-5872-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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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남편을 이해하는 시간, 6570

사진으로 담은 한 남자의 순간순간

 

우리가 몰라본 남편 그리고 남자

사진이 범람하는 시대다. 정확히는 예쁘거나 멋지거나 맛있어 보이는것만 선택되고 널리 퍼지는 시대다. 포토에세이 서울 염소는 이러한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사랑스러운 아이도 동물도 아닌 평범한 중년 남자다. 화사하기보다 칙칙하고,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하기보다 직면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건 누구도 남편이라는 존재를 ‘18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진으로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남편이 가장이자 아빠이자 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우리가 자주 놓치는 까닭이다.

저자 오인숙에게 사진의 시작은 쌍둥이었다. 32주도 채우지 못하고 1킬로그램으로 세상에 꺼내어진 두 딸. 도저히 사람이 안될 것 같았던 아이들이 참새처럼 밥을 받아먹고, 맨발로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가방 메고 학교 가는 순간은 모두 경이의 연속이었다. 봄날의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을 찍다 보면 아빠인 남편도 드문드문 프레임에 들어왔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쌍둥이와 달리 남편의 시선은 늘 밖을 향했다. 멍하니 창가에 서 있거나 틈만 나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남편은 뒷모습만 보여줄 뿐 표정이 없었다.

 

목줄에 매인 한국 가장의 현실

가족이 아는 남자는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초고속 승진을 하고, 대기업으로 이직까지 한 사람이 자꾸만 세상살이를 힘들어했다. 스트레스로 이를 몇 개나 더 뽑고 얼굴의 균형마저 무너질 즈음,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신세가 목줄에 매인 염소 같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 큰집으로 심부름을 가곤 했어. 산모퉁이를 돌면 묵은 밭 같은 평지가 나오는데 거기 염소 한 마리가 묶여 있는 거야. 그냥 쇠꼬챙이에. 염소는 동그라미 안에 있어. 쇠 말뚝과 동그라미 중간쯤에 앉아 입을 우물거리면서. 그 모습이 어린 눈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그런데 커서 보니까 내가 딱 그 염소야. 목줄 길이가 회사 가는 거리인 거지.”(4)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큰아이는 무리해서 유학까지 보낸 상황이었다. 남자를 옥죄는 목줄은 스스로 끊어내기에는 너무 굵고 단단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그 줄을 끊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가장의 무게를 감내하는 남편만큼이나 아내 역시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람일 뿐이었다.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많지 않았다. 남편은 버티고 방황하길 반복했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멀리서 사진으로 담았다.

 

당신과 나 사이에 필요한,

사진 찍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사진을 찍는 사이 그들의 관계는 조금씩 변했다. 사진 찍을 만큼의 거리를 두자 온전한 한 인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녀의 말처럼 남편과 자신 사이에 카메라가 있었기에 감정의 진창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책에 실린 사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무표정한 얼굴로 웅크리거나 등을 지던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잃었던 표정을 찾아간다.

세상은 부부의 변화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구조조정 명단을 제출하라는 명령이 팀장인 남자에게 떨어졌고, 팀원을 지키려 지시에 불복한 남편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남자의 방황은 이렇게 끝이 났다. 회사가 놓아버린 남편의 쓸쓸한 손을 이번에는 아내가 꼭 잡아주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매일같이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사진전을 준비했다. 사진전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서울 염소.

불안의 나날이 분명했을 긴 시간 동안 저자는 묵묵히 남편을 응원했고 결국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사진이 정말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책의 에필로그로 답변을 대신한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화나거나, 슬프거나, 너무 기뻐도 그 순간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나는 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쉽게 화를 내고 좌절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내가 바라본 남편 이야기이자 내 삶이 변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를 찍는 건 결국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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