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편집실 노트

편집실 노트

편집실 노트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문학과 그림으로 만나는 풍경의 속살-풍경의 쾌락
작성자 효형출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2-03-28 18:16:06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508

엉뚱할지 모르지만 철 지난 영화퀴즈 하나. <배트맨>, <스타워즈>, <엑소시스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금방 떠오르지 않으면 <양들의 침묵>,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추가한다. 그렇다, 바로 ‘속편’이 있다는 거다. 그것도 후속편이 아닌 ‘전편(前篇)’이. <배트맨 비긴즈>는 고통스런 과거와 영웅의 탄생을 보여주었고, <스타워즈>의 프리퀄(prequel) 3부작은 착한 소년 아나킨이 왜 그리고 어떻게 악한이 되는가를 그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략은 관객의 긴장을 더하며 궁금증을 푸는 데 요긴하다. 때로는 현실적 조건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되기도 하지만.

아직 낯설게 느끼는 이가 많을 풍경학 책을 두 권이나 펴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경험을 먼저 이야기한다. 경관공학자 강영조 교수의 《풍경에 다가서기》(2003)는 정선의 그림에 담긴 풍경과 사람의 관계를 보고, 퇴계의 풍경 체험 방법을 밝혀 새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풍경미학 입문서다. 2005년 여름 강 교수의 《풍경의 발견》이 뒤를 이었다. 부제 ‘마음의 눈으로 찾은 우리의 명풍경 31곳’처럼 전작에서 꺼낸 이론의 렌즈를 들고, 보길도에서 설악산까지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며 ‘눈맛’의 희열을 담아냈다.

이번에는 그가 번역자로 나섰다. 위에서 말한 두 권의 전편이라 할, 《풍경의 쾌락》을 선보였다. 유학 시절 그를 매료시켰던, 경관공학(Landscape Engineering)의 창시자 나카무라 요시오(中村良夫) 교수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데 강 교수의 연구에서 도움을 받았노라 한국어판 서문에 밝혔다. 그러나 강영조 교수에 따르면, 선생의 넓고 깊은 학문 세계에서 모든 영감을 얻었으며 자신이 쓴 두 권의 책도 나카무라 선생께 빚지고 있다고 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직접 묻기 위해 번역 도중 두 번이나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부록의 용어 안내 또한 이런 번역자의 노력이 거둔 열매다. 20여 년 넘게 이어온 스승과 제자의 정신적 끈을 저자와 번역자로 새롭게 풀어낸 이 풍경,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답다.

책은 풍경의 정의부터 시선(視線), 차경(借景), 와유(臥遊) 같은 풍경학의 기본 개념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 내용은 공학이나, 옛 시와 풍경화를 예로 들어 이해를 돕고 한편으로 기호학적 방법론을 끌어들인 인문학이기도 하다. 뒷부분에 소개된 일본의 고속도로, 공원 건설 따위의 예에서 풍경 디자인의 실제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이로써 ‘풍경 3부작’이 일단락되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사라진 ‘잃어버린 10년’을 치르고 난 2003년에야, 이 책의 바탕이 된 풍경학 TV 강좌가 마련되었을 정도니, 그 고난은 사회와 문화가 단단해지고, 생산성에서 창조성으로 눈길을 돌릴 여유가 생기는 계기였다. 일본은 이제 겨우 선진국의 문을 열었다는 자성(自省)이 더욱 뼈저렸다. 편리한 생활을 얻은 대신 도시에는 혼돈스런 풍경만 남은 지금, 저자가 기대하는 풍경미(美)의 부활과 새로운 지평의 환경학이 더욱 목마르다.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더 앞서 나온 전편 《풍경학입문》(1982년에 펴낸 나카무라 요시오의 첫 풍경학 저술로 이론을 집대성했다)은 언제 이 땅에 선보일 수 있을까.

 

안영찬 / 효형출판 편집부 팀장

(출판저널 2007년7월호)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관리자게시 게시안함 스팸신고 스팸해제 목록 삭제 수정 답변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