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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외자 통찰력이 반짝 반짝
작성자 효형출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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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2-03-28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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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형출판 ‘작가와 도시’ 시리즈

휴가철이다. ㅎ출판사의 선배는 여름휴가는 물론 연휴마다 해외로 떠난다. 무척 부럽다. 지난번 프랑스 파리에서만 열흘 가량 머물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예전부터 꿈꾸던 여행이라 더 그랬다.

90년대 초반 배낭여행 바람이 불 때부터 나는 해외도시에 머무는 여행을 꿈꿔왔다. 관광가이드에 적힌 명소나 음식점을 순례하는 식이 아니라 시간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그 도시의 표정과 그곳 사람들이 동네 골목에 무의식적으로 남긴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었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는 책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기존 여행 관련서는 여행지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모은 가이드북이나 여행가들의 여행 체험을 화려한 사진과 함께 실은 에세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작가와 도시’ 시리즈는 꿈꾸는 내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원서를 펴낸 블룸즈버리는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도시에 관한 글을 맡겼다. 안내문도 아니고 기행문도 아닌, 작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펼쳐놓는 도시 이야기. ‘조이스의 더블린’ 혹은 ‘헤밍웨이의 파리’ 같은 책이랄까. 저자가 세계적인 작가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이야기일 뿐,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들이어서 심드렁했다. 그렇지만 파리를 다룬 시리즈의 첫 책을 읽으면서 ‘평균적인 도시 가이드북에 대한 신선한 해독제’라는 원서의 선전문에 맞장구를 쳤다. ‘파리는 대도시’라는 제목의 첫 장부터 파리의 역사와 문화, 인물이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오랫동안 그 도시에 머문 국외자만이 던질 수 있는 통찰력이었다.

그리하여 지난해 여름, <게으른 산책자>(파리), <아주 미묘한 유혹>(피렌체), <휴가지의 진실>(시드니) 세 권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옮긴이는 짧게나마 그곳에 체류했거나 자주 여행한 경험이 있는 분들로 정했다. 무엇보다 고민스러운 것은 제목이었다. 글쓴이들이 소설가여서인지 원서의 제목도 다분히 문학적이었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영 어색했다. 어렵게 얻은 지금의 제목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16년째 파리에 사는 영국인 에드먼드 화이트는 <게으른 산책자>에서 거리와 부두를 따라, 파리 시민들도 잘 모르는 지역으로까지 떠돈다. 마레(Marais)에서는 프랑스의 유대인 역사를 되살려내고, 에네 그릴(Haynes Grill)에서는 현재로 돌아와 한 세기반 동안 파리에 정착한, 흥겹고 떠들썩한 아메리칸 흑인들을 떠올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데이비드 리비트는 <아주 미묘한 유혹>에서 국외자로서의 삶을 풀어낸다. 피렌체가 왜 자살의 장소로 유명한지 묻는 데서 출발해 19세기 중반 외국의 식민지였던 피렌체의 기원에서 무솔리니까지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포스터, 맥카시 등 피렌체의 매력에 빠진 인물도 소개한다.

뉴욕에서 살지만 본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인 피터 케리의 <휴가지의 진실>은 시드니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그곳 원주민들의 슬픈 식민의 역사를 들추어낸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그리고 블루 마운틴은 피터와 그의 친구들의 예리한 시선을 통해 낯설고 새로운 강렬함을 뿜는다.

하지만 ‘작가와 도시’ 시리즈는 기대보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누구나 동경하는 도시 파리를 다룬 <게으른 산책자>는 그나마 실패를 겨우 면한 반면 추리소설 제목처럼 비치는 <휴가지의 진실>은 별로였다.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곳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만큼이나 낯설기 때문일까, 시드니 여행가이드북에 우선권을 빼앗겼기 때문일까.

 

정광준 / 효형출판 편집부

(한겨레 2005년7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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