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동네서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대기업, 공무원 등 미래가 보장된 철밥통에 매달리기 보다는 어떻게 될 바라도 소신있게 문을 연 동네서점에 다들 조용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어느 동네서점에서는 시집을, 그림책을, 여행서를, 인문서를… 한정된 공간에 선택받은 책들이 진열되었다.
책방 주인의 숨은 맛집 같은 책으로 직접 와야지 만날 수 있는 그런 책들이다.
동네책방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며 사람들이 동네책방 투어에 열광한 그 즈음,
여행책방 ‘일단멈춤’이 문을 닫았다.
책방 문을 열고 만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한창 흥하고 있는 서점도 아닌 이제 겨우 몇사람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폐업 서점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니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맞다. 잘 된 이야기는 누가 먼저 이야기 해달라 할 것도 없이 보따리를 여기저기 풀어 놓는다.
그러나 일단멈춤 책방의 이야기는 저자가 작은 숨호흡에 의지해 조금씩 꺼내 놓은 이야기다.
그 작은 호흡을 모아 책이라는 물성 안에 담았다.
눈에 보이는 사과 껍질의 빨간색이 아닌
사과 알갱이 맛을 담아 놓았다.
그 맛이 단지, 쓸지, 신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김미란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