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2016년 8월 31일 수요일.
여행책방 일단멈춤이 문을 닫았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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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대신 자리하고 있는 이 세 문장이 별안간 내 심장을 두드렸다. 유독 '실패'라는 단어에 눈이 갔다. 누가 채찍질한 것도 아닌데 서둘러 나의 과거를 되돌아 보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대학 입학에 발을 구르던 고등학생 시절. 졸업은 할 수 있을지, 당장 내일 성적은 어떻게 나올지, 장학금은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던 대학생 시절. 취업에 목을 매달고 있었던 취준생 시절. 첫 회사에 들어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밟은 지뢰들까지. 돌이켜 보면 내가 지나온 길은 늘 걱정과 가시밭길 투성이였다. 내색은 않고 있었지만, 늘 저 한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 혹은, '이번 생은 틀린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책에 더 공감이 갔던 게 아닌가 싶다. 책방을 닫았다는 제목에 헐레벌떡 내 이야기인 마냥 책을 집어 들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식으로 어설프게 용기를 북돋는 게 아닌,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하는 이야기들. 깨달음을 주려 이런저런 주제를 옮아오기 보다는 묵묵히 책방을 열고 닫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연 책방도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 설령 지금 문을 닫을까 말까 고민하며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어떻게든 정리된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 가게를 열 수도 있을 테다.
책방을 닫았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닫은 책방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가던 길을 가면 된다. 여행책방 일단멈춤처럼.
2020.11.23
이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