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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작은 시
작성자 효형출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1-05-28 11: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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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5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 친구도 글을 다루는 일을 한다. 사실 식사를 빙자한 한풀이 장이었다. 세 시간이 넘게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이렇게 재밌는데 왜 사람들이 안 봐줄까?’ 공들여 기사를 써도, 책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많이 봐주지 않으니 힘이 빠진다는 말이다. 글자는 이미지가 아니다. 순전히 읽는 사람이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어쩌면 그 과정을 거치는 일조차 힘들게 느껴질 정도로 팍팍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상대를 모르는 원망에서 이유 모를 안타까움으로 번졌다. 와인이 참 쓰게 느껴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보이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모태로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 고가에 팔리는 건, 작품 내면의 가치에 기인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수들이 늘 책을 가까이하는 이유다.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 일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보다 힘이 세다


글은 무엇보다 사람을 바꿀 수 있다글은 결국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기 때문이다영상은 시청자의 눈앞에 화려한 이미지를 수놓는다거기에 몰입되면 사고의 흐름이 더 깊이 내려가기 어렵다그렇지만 글은 그래서 나는?’이라는 질문을 수반한다단어와 단어 사이줄과 줄 사이쪽과 쪽 사이의 공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내 생각이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것이다


 나는 10년 동안 친구에게 잔소리를 해왔다. ‘너를 좀 더 사랑하면서 살라고너의 언니보다 네가 더 예쁘고 소중하다고엄마와 언니의 틈에서 벗어나라고’ 그동안의 내 이야기는 친구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나보다언젠가 서점에 가서 책을 보는데 그 친구가 떠올랐다큰 의도 없이 책을 선물했는데친구는 나에게 편지로 답을 줬다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겠다고그때 비로소 나는 책의 힘을 두 번째로 느꼈다첫 번째는 비밀이다

 

글은 영상의 모태라고, 글은 사람을 바꾼다고 하는 이 모든 말은 우리 같이 글의 세계에서 살아 보자는 작은 초대장이다

바야흐로 보이는 것들의 시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시를 쓰고 싶은 날이다

 

2020.05. 편집실에서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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