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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런 글과 개성 있는 미술 작품의 행복한 만남
이호철, 고은, 송기숙 등 대표적인 문인 열둘과 김정헌, 임옥상, 강요배 등 내로라 하는 화가 열셋이 어울려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책. 짝을 이뤄 이어달리기 하듯 백두대간의 주요 산줄기에 올라,
작가들은 산줄기와 함께 이어져온 겨레의 삶과 역사를 사색하고, 화가들은 독특한 색깔로 우리 산천을 형상화했다. 맛깔스런 글과 개성 있는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이 책을 들고 작가들의 여정을 따라가보는 것도 흥미로운 책 읽기가 될 것이다.

시원(始原)의 땅 백두산
여기가 어디인가, 우리에게 여기가 어디인가
고구려의 대교향악이 들려온다
그 자체가 민족 자존심이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초상, 대륙의 꿈
천지, 그것은 거룩한 물이었다
여기서 살자꾸나
염원의 땅 진부·설악
동해의 찬란한 햇살
바다를 일터로 사는 사람들
땅이 바다를 닮듯 사람은 고기를 닮고
사람 사는 구경을 하는 산줄기
평화의 댐 가는 길
깊고 높은 땅 오대산
생명 기운 넘쳐흐르는 그 너른 품, 오대산
동학군 감싸 안았던 깊은 골, 홍천군 내면
삶과 죽음이 하나인 마을, 용문산 먹바위
꿈틀꿈틀 용틀임하는 은둔의 땅, 벽계구곡
사람을 버리지 않는 땅 태백산
사람과 씨를 구하려면 태백으로 가라
세상 끝서 만난 사람들
한없이 아름다운 옛 화전마을, 적각
석항, 예미, 자미원, 하장… 슬픈 지명들
산을 덮는 먹장구름, 가슴이 벅차다
다시 기다리는 땅 한남금북정맥
박달재 굽이굽이 서린 기개와 저항 정신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달래강 옛나루’
그리운 얼굴 보고픈 얼굴, 벽초 홍명희와 임꺽정
물에 잠긴 고향에선 모두가 시인이었다
푸근하고 넉넉한 땅 금북정맥
민중의 한이 서리서리 또아리 튼 계룡산
한맺힌 우금치에 징이 울렸다
그리운 임들이 계시는 곳, 님금재
백제 미소 잃지 않고 살아온 내폿벌 사람들
신화·전설·민중의 땅 낙동정맥
갈등과 대립에 휘감긴 낙동정맥
불국토 염원 어린, 경주 남산·토함산
민족 운동의 요람, 안동 풍산 들녘
넉넉한 품새의 아버지와 같은 산, 팔공산
말없는 산, 떠드는 사람들 지리산
천년 침묵 지켜 온 민족 영산 지리산
뱀사골에 묻은 불멸의 시혼
산과 산은 정겹게 만나고 있었다
그 해의 그 지리산 종주
작은 것도 살펴보는 슬기
일어서는 땅 금남정맥
늘 우리 가슴에 살아 숨쉬는 땅, 황토현
밤꽃 향기 그윽한, 더불어 사는 들녘
고운 산들이 거기 있었고 강도 거기 있었네
해 뜨는 모악, 해 지는 만경들
항쟁의 땅 무등산
오늘도 광주는 무등산에 안겨 있네
천불천탑의 신비, 운주사
지금 영산강에는 뱀장어가 없다
호남정맥을 둘러싸고 있는 남해
생각나면 그리운 땅 섬진강
그립도록 친근한 물빛 그리고 모래빛
아무렇지도 않은 마을들
산과 산에 다소곳이 묻힌 마을들
정겨운 이름, 보성강·압록·화개·악양…
여명의 땅 한라산
역향의 전설
신비로운 비경이라 산신도 깃들었다
오름에 올라 원초와 만나는 감동

 고은
1933년 군산 출생. 1960년 첫시집 『피안감성』 이후 시 소설 수필 평론 등에 걸쳐 100여 권의 저서 간행.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등 수상.

신경림
1935년 충주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6년 『문학예술』에 시 「갈대」「묘비(墓碑)」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3년 첫시집 『농무(農舞)』이후 다수의 시집 및 수필집 간행.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군 출생. 1970년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 모집에 당선. 작품집으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미망(未妄)』『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이 있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