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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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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정가 16,000원
저자 서현
수량 수량증가수량감소
발행일 2012년 4월 25일
형태사항 256쪽 | 152*223mm
ISBN 978-89-5872-112-3 93540

이벤트

상품상세정보

 

전통건축의 진화론으로 발굴해낸, 죽은 목수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치밀하게 직조한 논리의 그물로 건져 올린,
전통건축이라는 치열한 진화의 결과물을 만나다!


건축교양서의 독보적 저자, 서현이 돌아왔다
첫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이후 14년. 그간 건축교양서라는 고유한 도서 장르가 형성되고 수많은 저자와 책이 명멸하는 중에도, 이 책은 독자들 사이에서 ‘건축음미’라는 애칭으로 통하며 ‘레전드’ 혹은 ‘바이블’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생활 주변의 건축과 도시 공간을 진지하고도 경쾌하게 바라보는 감식안을 제공했던 서현은, 이제 오랜 세월 눈 감은 채 방치하다시피 해온 우리 생활사의 중요한 그늘을 들여다본다.
서현이 새 책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에서 주목한 대상은 바로 전통건축이다. 현대건축을 다루는 건축가가 쓴 전통건축 이야기라니, 의아할 만하다. 현대 건축가가 바라본 한국 전통건축의 가치 재발견? 그렇게 말하고 끝내기엔, 이 책은 훨씬 더 나아갔다. ‘가치 재발견’이 아니라, ‘가치 전복’이라 말하는 편이 낫겠다. 그동안 책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배워 온 전통건축의 일반적인 가치들, 그 클리셰와 레토릭에 정면으로 딴죽을 걸고 나섰다. 자연친화적 미감 운운하는 비판 없는 유미주의를 걷어내 자리에는, 한국 전통건축의 발생학적 계보와 진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관찰의 무기는 이전과 동일하다. 치밀한 논리 전개에 입각한 집요한 추리가 그것이다.

명정전 지붕 곡선이 처마곡선이 아닌 추녀곡선인 까닭
배흘림기둥의 과학은 슬기롭고, 처마곡선은 자연을 닮아 아름답다고 배워 온 우리. 하지만 그 슬기와 아름다움의 실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는가? 선조의 지혜와 미감에 대한 찬미를 되풀이하기 이전에, 그런 형태를 갖춰가야만 했던 숙명적 자연환경을 돌아본 적 있는가? 화려한 단청, 탄탄한 배흘림기둥, 뒷산 능선을 닮은 처마곡선…….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로 그치기에는, 한국 전통건축은 너무도 치열하게 진화해왔다.
그 사례를 몇 가지 보자. 우선 처마곡선. 용마루와 처마의 우아한 곡선은 과연 배경의 산세와 조화를 이루려는 조상의 자연친화적 미감에서 비롯한 것일까? 전통건축의 교과서는 이를 설명하는 데 완만한 뒷산의 능선, 백자의 허리, 흰 버선코 등을 언급한다. 선대로부터 유유히 전해 내려온 민족적 미의식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단정이다. 아름다움 자체가 목적이었을 수 없다. 추녀곡선이 없다면 건물은 훨씬 만들기 쉽고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추녀곡선 탄생의 근본적 목적은 바로 기둥을 빗물의 침해로부터 보호하려는 데 있었다. 비에 젖은 기둥 아랫도리를 젖은 채로 오래 두면 안 되었기에 그 위 추녀를 위로 들어 올려 햇볕에 노출시키려 한 것이다. 이로써 들어 올린 지붕 양끝의 경사가 양식화 과정을 거치며 점차 처마 전체로 퍼져 완만한 곡선, 즉 처마곡선으로 변해갔다. 이 흔적은 창경궁 명정전 지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식화 이전 단계에 지어진 명정전 지붕의 곡선은 사실상 처마곡선이 아니라 ‘추녀곡선’의 단계에 머물러있다.

배흘림기둥은 엔타시스가 아니다
그 유명한 배흘림기둥에 대한 우리의 상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기둥의 중간 부분이 가늘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보정하기 위해 기둥의 배를 불룩하게 해놓았다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 신전의 돌기둥에 대한 설명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전통건축 교과서는 물론 사전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이러한 설명을 달아놓았다. 그렇다면 가만히 들여다보자. 착시 보정을 위한 것이었다면 우리 눈에는 결국 깔끔한 일자 원통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둥 가운데 배가 확연히 불룩하다. 어찌된 일일까. 기둥을 받치고 선 주초에 주목하면 그 실체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석재 가공의 수준이 높던 시절, 즉 조선 시대 이전의 건축 유적을 보면 주초들의 크기가 대부분 작다. 주초와 맞닿는 기둥 아랫단의 지름이 크지 않았다는 증거다. 주초는 가공이 쉽지 않은 석재였던 만큼 작업량을 줄이려면 기둥 하부의 지름이 작아야 했던 것이다. 이로써 기둥은 자연스레 배가 불룩하고 아래가 좁은 형태를 갖게 되었다고 저자는 추론한다. 조선 시대 이후 주초를 막돌기초로 한 뒤로는 돌을 크게 다듬을 필요가 없어졌고, 기둥 역시 주초 크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민흘림기둥으로 변해갔다.

전통건축의 해부학으로 비와 바람과 중력의 퍼즐을 풀다
이처럼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 뒤에는,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며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되어온 구조적 배경이 있었다. 숲에서 잘려 온 목재가 비와 바람과 중력이라는 자연 조건을 만나 어떤 적응 과정을 거쳐 오늘의 전통건축으로 구축되어왔는지, 저자는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매서운 추리력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구조적 특징을 차근차근 추적해간다.
시작은 지붕에서부터다. 비를 가려주는 지붕이 단순한 경사지붕 형태를 거쳐 우진각지붕, 맞배지붕 등으로 변화하며 최적화해가는 과정에는 기후적 조건을 극복하려는 의지에 더해, 그 극복의 방법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온갖 궁리가 반영되어있다. 지붕의 기본 형태 자체가 다양하게 변화함은 물론, 처마와 추녀 등 그 세부도 기둥과 같은 하부 구조와 조응하며 조금씩 모양을 조정해갔다. 지붕과 기둥 사이에서 건물의 하중을 적절히 배분하고 지탱하는 보와 도리 등 핵심 구조물도 미세하게 형태를 달리해갔으며, 이를 받치는 포작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의지로 점차 복잡해져, 오늘 우리가 보는 대단히 화려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지붕 말단에 붙어 마지막 안전을 책임지던 자잘한 부재들은 양식화 과정을 거치며 오늘의 화려한 단청 문양으로 변화했다.

박제가 된 목수의 살아있는 연장 소리
기성의 전통건축 교과서들이 조상의 슬기나 자연친화적 미감 운운하며 어물쩍 넘어가던 그 많은 부분. 저자 서현은 바로 그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파헤쳐 나아가, 이 책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를 지어냈다. 책을 다 읽었으면, 이제 궁궐이나 사찰을 찾아 이곳저곳을 거닐어보라. 건물 전면에 선 배흘림기둥의 볼록한 배보다는 그 아래 주초의 형태가, 처마의 우아한 곡선미보다는 그 아래 기둥들의 하부 풍화 정도가, 단청의 화려한 색과 문양보다는 단단한 결속으로 지붕을 받치고 선 구조물들의 복잡한 교직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십 년간 전통건축을 휘감고 있던 아름다움이라는 실체 없는 환영(幻影)은 사라지고, 단단한 나무를 깎고 다듬어 빈틈없는 구조물을 세우려 하던 죽은 목수의 살아있는 연장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여는 글_ 유실부의 추적자 

1장_ 커피 한잔의 추억
- 커피를 마시는 방법 
- 종이컵의 사연 
- 우산의 과거 
- 지붕의 탄생 

2장_ 물과 시간의 공격
- 사각형의 계보 
- 지붕의 분화 
- 사각형의 증식 
- 침식의 힘 

3장_ 세상을 덮는 방식
- 기와가 없던 시절
- √2와 우진각지붕 
- 길고도 휜 부재 
- 복잡하되 만족스런 해결책 

4장_ 뻗은 날개의 탄생
- 유선형을 요구하는 순간 
- 모서리의 혹독함 
- 곡선이 출연하는 순간 
- 강남 제비의 목격담 
- 외계인과 불상의 차이 

5장_ 아련한 숲의 기억
- 나무의 일생 
- 목재가 된 후의 문제 
- 배흘림의 논리 
- 네모난 보의 사정 
- 주먹 쥔 보 
- 칸과 지붕 

6장_ 연주회장의 목수
- 씨름장에 선 기둥 
- 변형과 극복 
- 바이올린의 모순 
- 포작의 위대한 탄생 
- 타협할 수 없는 존재 

7장_ 가장 화려한 순간
- 노처녀와 외목도리 
- 절박함이 사라진 자리 
- 멸종한 종의 흔적 
- 부처님의 미소를 얻는 방법 
- 고드름의 교훈 
- 개판을 위한 변명 
- 도깨비와 연꽃의 자취 

8장_ 염불과 잿밥 사이
- 목수의 증언 
- 건물을 접어야 하는 사연 
- 드르륵과 활짝의 차이 

닫는 글_ 침묵의 얼굴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서현(徐顯)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또 한 권의 벽돌》 등이 있고, 설계한 건물로는 〈김천상공회의소〉, 〈해심헌〉, 〈효형출판 사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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