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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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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정가 15,000원
저자 진유정
수량 수량증가수량감소
발행일 2016년 1월 20일
형태사항 272쪽|130×210mm(무선)
ISBN 978-89-5872-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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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책 소개

베트남 국수 책, 그게 가능해요?

그러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봄, 베트남 국수로 책을 내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래, 쌀국수 맛있지. 근데 그걸로 책을 쓰겠다니 무리 아닐까에두르지 않고 쓸거리 많은가요, 물었더니 35개 정도요,라고 저자는 단단하게 답했습니다. 이내 샘플 원고를 차례차례 보내왔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국수 이름들을 죽 훑다 시선이 멈췄습니다. ‘분옥쭈오이더우? 우렁이바나나두부국수라고?’ 정말이지 해괴한 이름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쥔 원고를 읽을수록 베트남 국수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국수라는 좁고 깊은 세계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계약을 하고, 이태원의 작은 베트남 국숫집에서 저자와 만나고, 원고가 쌓이고, 저자는 저자대로 편집자는 편집자대로 베트남에 다녀오는 사이, 한 해가 지나고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여행자의 음식, 국수

프랑스나 이탈리아, 가까운 일본이 배경인 미식 에세이는 꽤 나왔지만 베트남은 생소합니다. 동남아 음식 하면 흔히 태국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베트남은 태국 못지않은 미식의 천국입니다. 아시아 3대 요리로 중국, 태국과 더불어 베트남의 요리가 손꼽힐 정도니까요. 천혜의 자연 환경, 중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가 아픈 역사와 함께 남긴 폭넓은 식문화, 서로 다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맛의 조화를 찾아낸 베트남 사람들의 감각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음식 중에서도 왜 국수일까요? 저자가 여행자가 아니었다면 국수를 이만큼이나 사랑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국수만큼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음식은 없으니까요. 이동이 숙명인 여행자에겐 든든함과 가벼움 사이 적당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숙명인 여행자에겐 혼자 먹어도 같이 먹어도 좋은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채울 최적의 음식이 국수입니다.

 

바로 그 시간, 머묾과 떠남 사이. 익숙해진 곳에서 다시 낯선 공간으로 넘어가려는 경계의 시간. 그 시간이 바로 국수의 시간이다. 국수를 먹을 최고의 시간이다. 밥은 조금 무겁고, 빵은 왠지 차갑다. 먼 길을 떠나기 전 헛헛한 마음에 요기가 필요한 그때, 밥과 빵 사이의 적당한 무언가로 마음을 살짝 덥히고 싶은 그 시간이 바로 국수의 시간이다.”(26)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아 국수를 먹는다. 튀긴 빵을 국수 위에 올려주는 다정함, 향채를 잘게 뜯어주고 라임을 짜 넣어주는 세심함, 먼지 폴폴 날리는 길거리 식당의 수저통에서 꺼낸 숟가락을 냅킨으로 닦아서 건네주는 따뜻함이 거기에 있다. 내가 안 먹는 고기를 상대의 국수 그릇에 아무렇지도 않게 옮겨 놔도 되는 사람과 국수를 먹는 건 그 자체로 행복이다. 혼자 먹는 국수도 외롭지 않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자유롭고 단순한 시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취향대로 국수를 먹는 시간. 국물은 하염없이 천천히, 면발은 게 눈 감추듯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즐기면 그뿐이다.”(165)

 

이것은 누군가의 지독한 취향

여행자와 국수의 궁합이 아무리 좋다 한들 저자의 국수 사랑은 유별난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그깟 국수 한 그릇 때문에 몇 번이나 다녀온 도시를 가고 또 가는여행자는 흔하지 않을 겁니다. 베트남에서 먹는 베트남 국수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낀 허술한 가게에서, 매연과 경적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목욕탕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슬쩍 헹구고 다시 내놓은 듯한 그릇을 참아낼 너그러움을 가진 자만이 베트남의 멋과 맛이 배어 있는 국수 한 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남다른 대범함과 집요함의 결정체가 바로 이 책입니다. 책에는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어울리는 베트남 국수들이 가지런히 소개되어 있고, 국숫집이 있는 골목, 국수를 먹는 사람들의 표정, 국수를 건지는 조리 기구 등 베트남 국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가락가락 뽑아낸 맛난 이야기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독한 취향 덕분에 우리는 낯선 음식을 깊게 사귀어볼 기회를 만난 셈입니다.

 

손님들은 양쪽 상점 앞에 주차해둔 오토바이와 오토바이 사이, 역시 1미터도 안 되어 보이는 자투리 공간에 앉아야 한다. 플라스틱 테이블조차 펼칠 수가 없어서 낮은 의자 두 개를 주면 한 개는 앉는 데 쓰고, 한 개는 그릇을 놓는 데 쓴다. 신기한 건 그 규칙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수가 나오면 내가 옹색하게 앉아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된다.”(110)

 

아침 국수는 말간 국물과 가벼운 내용물로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몸을 깨우고 활기를 찾도록 도와준다. 반면 저녁에는 조금 무거운 음식도 좋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자극적인 맛도 괜찮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날려버리려면 조금 달거나 매워도 나쁘지 않으니까. 저녁에 어울리는 맛은 그래서 쌉싸름한 베트남 맥주를 부른다. 차가운 맥주를 생각나게 하는 것, 그것은 저녁 국수만의 능력이다.”(149)

 

국수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

베트남은 미식이 일상화된 잘 사는나라입니다. 그리고 소박한 미식의 중심에 국수가 있습니다. 이런 베트남에 정작 국수라는 단어가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들립니다. 처음에만요.

이누이트에겐 눈을 뜻하는 수백 개의 단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 시절의 저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언어학자의 야심이 담긴 과장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도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습니다. 세상엔 한 단어로 뭉뚱그려 불리기엔 아까운 것들이 많으니까요. 베트남 사람들에겐 그리고 진유정 작가에겐 국수가 그렇습니다.

 

국수가 베트남어로 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라고 부른다더니 이라고도 했다가 바인까인이라 말하고 스스로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는 데 놀란다. 혼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본다. 퍼는 퍼고, 분은 분이고, 바인까인은 또 바인까인이기에 국수라고 얼버무릴 수 없는 거라고. 각각의 존재와 특별함을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거라고.”(208)

 

목차

Prologue 지금은 국수를 먹을 시간

Chapter 1. 호찌민

국수는 타임머신이다화양연화의 국수: 후띠에우남방그곳 그 시절 그 사람들이게 바로 사이공 스타일국수를 위한 평등의 의자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바인까인콩추억은 힘이 세다: 분보후에엄마에게 다시 한 번: 바인까인꾸어로안의 요리 교실: 분맘완벽한 일요일의 풍경: 나를 배웅하는 국수: 미엔가국수를 건지는 일

Chapter 2. 하노이

나에게는 국수 사전이 있다이상한 여행 계획을 세우다나를 부르는 간판들여행자의 호사: 짜까즐거운 소란이 가득한 국수: 분보남보잠시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하노이 냄새의 정체를 밝히다: 분짜비밀스런 통로 끝에서 은밀하게: 분리에우투명하고 쫄깃한 크리스털: 미엔르언계피 향 국수가 있는 아침: 분목헤어진 다음 날의 국수: 분탕한없이 부드러운 위로: 바인꾸온농라임처럼새봄의 연두색을 닮다: 분족뭉마음에 찍는 따뜻한 점 하나: 미반탄이렇게 아름다운 국수: 분옥쭈오이더우행복도 퐁퐁 터져라: 퍼찌엔퐁저녁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다: 퍼싸오보국수가 당신에게로 걸어간다: 분더우맘똠

Chapter 3. 박하, 호이안, 다낭, 냐짱, 후에, 하이퐁, 달랏

함께 국수 VS 혼자 국수그날에 우리는국수의 일무심하지만 깊은: 까우러우노랑의 명랑한 다독임: 미꽝생선 국수들의 맛있는 행진: 분까, 분까로, 분까쓰어, 바인까인까록메콩 강을 닮은 국수: 바인다꾸어선물 국수들의 포장을 풀다: 퍼꾸온, 바인으엇팃느엉, 고이꾸온베트남의 젊은 입맛을 사로잡다: 바인짱쫀베트남의 하루에 꼭 들어 있는 그것: 바인짱국수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국수 점을 치다

Epilogue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Chapter 4. 그녀의 국수 사전

국수를 먹는 순서면 종류주재료향채 종류조리 방식베트남 음식의 특징과 지역별 국수숨은 강자, 별미 국수그녀의 국숫집 38

Chapter 5. 그녀의 레시피

국수, 시가 되다퍼보분짜분보남보미엔가짜까분더우맘똠고이꾸온퍼꾸온미반탄

 

저자

진유정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5. 분명 대한민국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호찌민 시가 더 고향 같아져버렸다. 잠시 살았던 골목과 키 큰 나무들이 있는 거리와 다정한 사람들이 그리워 베트남으로 가고 또 간다.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전부인 여행을. 쓴 책으로는 여기는 베트남, 껌은 밥이다, 기억할게, 내 삶이 빛을 잃을 때마다, 루앙프라방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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