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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정가 : 13,000원
저자 : 이왕주
발행일 : 2005년 8월 30일
형태사항 : 362쪽 | 153*224mm
ISBN : 97889587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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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시대가 도래했다는 팡파르가 울려퍼진 지 벌써 10년. 그러나 대박을 터트려서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영화들조차 한 철을 버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재능 있는 영화작가가 혼신의 힘을 쏟아 열정적으로 만든 작품이 개봉관에서 사흘 만에 간판을 내리고는 곧장 흔적도 없이 망각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현실이 시장 논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영화를 만나는 방법의 서투름 때문은 아닐지 되묻는다. 성마르게 다가서서 서둘러 즐기고 조급하게 판단한 뒤 황망히 잊어버리는 관객들의 성급한 심성 때문은 아니냐고.
현실이 냉혹할수록 희망은 상상으로부터 나온다. 이를테면 의인화의 감각을 활용해 이런 상상을 해보자. 인생 탐구에 일생을 건 ‘철학’ 감독이 재미와 환상을 추구하는 배우 ‘영화’ 씨를 캐스팅해 영화를 찍는 상상. 어렵고 딱딱하고 권위적인 얼굴로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던 ‘철학’ 감독이 ‘영화’ 씨의 부드러운 얼굴과 감성적인 몸짓을 빌려 환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고, 그를 통해 깊이 있는 성찰과 그 성찰로 얻은 행복의 희망을 남겨주는 영화를 찍는 상상.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바로 그런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주는 책이다.
전작 『쾌락의 옹호』(문학과지성사, 2001)에서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며 삶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음을 생활 속의 여러 단상을 통해 보여준 이왕주 교수다. 그가 이번엔 영화 속에서 삶에 대한 성찰과 행복에 대한 희망을 찾아내고 있다. 편안하게 세속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는 사람들 혹은 세상의 경쟁 논리에 헉헉대며 사는 사람들 또는 세상의 문법에 치여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지나치게 무거운 이성의 준칙이나 규율의 감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사는 사람들에게 영화 속 상상을 빌어 인간다움과 행복의 의미를 묻고 있다.
영화별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글을 쓰면서도 한 인간이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와 세계를 이해하고, 또 예술과 사랑을 통해 행복을 얻기까지… <동사서독>에서 <친절한 금자씨>에 이르는 스물아홉 편의 글은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론을 거쳐 행복론을 향한 끈질기면서도 즐거운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쉬우면서도 무게 있는 글 속에서 저자만의 독특한 글쓰기와 살아 있는 언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으로 영화 보기, 영화로 철학하기


저자는 영화를 닫혀 있는 작품work이 아니라 열려 있는 텍스트text로 만날 것을 제시한다. 어려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것이 아니라 관객 나름대로 뜻을 만들어가며 즐겁게 영화와 만날 것을, 마치 멋진 이성과 만나 에로틱한 유혹을 주고받는 설렘을 나누듯이.
한번 보고 곧 잊혀지기 그만인 영화들 속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철학 개념들이 숨어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하이데거와 니체를 거쳐 들뢰즈와 부르디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가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하이데거의 ‘있음(존재)’과 ‘있는 것(존재자)’의 의미를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춤으로 승화해 내는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알 수 있고, 친절한 금자씨의 수많은 얼굴은 들뢰즈의 ‘기계 되기being machine’와 접속되기도 한다.
이 책은 철학 입문서는 아니지만, 그 내용은 삶 속에 정말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철학을 어떠한 형태로든 접해 보고 배워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일상 생활과 영화를 본 체험과 함께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철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여겨지고, 재미 없게 여기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왕주 교수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그와 같은 생각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도 영화 내용을 짐작하며 저자의 사고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설명과 함께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글을 전개하는 저자의 능력, 삶에 대한 폭넓은 경험 등이 탄탄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해방을 위한 자기 성찰
자기도 모르는 채 온세상에 자신의 삶이 노출되며 감시받고 살아가던 트루먼(<트루먼 쇼>), 아름답게 꾸며진 동화세계의 논리에 따라 거짓 모습으로 살아온 피오나 공주(<슈렉>), 게임기 속 세상에 빠져 진짜 세상은 모르고 살던 여섯 살 꼬마(<집으로...>)… 모두 자기도 모르는 구속에 얽매여 자신을 잃고 살던 존재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유목민처럼 떠나라. 위반의 정열에 빠져보라. 밖으로 나가서 소통하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버릴 수 있는 자만이 해방을 얻을 수 있다. 진짜 삶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위반의 정열은 어렵고 혁명적인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를 정면으로 볼 수 있고, 지금까지 모르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의지만 가지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다 보면 종종 고통스러운 상처와 부딪힐 수도 있다. 천재적인 지능에도 어릴 적 상처를 극복 못해 거친 행동을 일삼던 윌 헌팅(<굿 윌 헌팅>)이나 아버지의 가혹한 학대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코일처럼(<쉬핑 뉴스>). 그러나 두려울수록 정면을 보라.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거나 그것을 잘개 쪼개 분석해 버리고 아무 일도 없는 양하는 태도로는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생존 전략 - 싸우기 vs 춤추기

사는 게 투쟁이라는 말이 있다. 그 투쟁은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일 수도 있고, 존재를 지켜내기 위한 세계와의 투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저 사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이기 위해서 투쟁은 필요하다. 금자씨가 그리도 복수에 매달린 것도 복수란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자 했던 존재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자씨의 복수조차 종국에는 축제로 변한다. 그것은 결국 해원의 의식이었기에.
사는 게 투쟁이 아니라면 그것은 신명으로 살아내기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비우고 신명을 얻어내어 세계와 하나가 되어 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춤이 없다면 이 삶을 어떻게 견디랴?”라고 했던 니체의 말은 바로 그 신명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화장실에서 낯선 댄스 스텝을 익히던 중년의 사내(<쉘 위 댄스?>),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춤 속에 담아내는 어린 소년(<빌리 엘리어트>)은 바로 신명을 통해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삶을 바꾸어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뜰을 가꿔야 한다
결국 삶이란 세계 내로 던져진 존재이기에, 행복 역시 세계 속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타인을 이해하고(<여인의 향기>),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고(<타인의 취향>)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돌릴 줄 아는(<흐르는 강물처럼>) 것이다.
때로는 딱딱한 세상의 인습에 과절하지 않고 그것에 도전하는 행동주의자(<오아시스>)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이미 휘어진 세상 속에서 잔인하게 짓밟히는 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디 지혜롭도 더 날카로워진 홍종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주문을 외워 잠깐의 마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 될지라도 위험에 몸을 던지는 것.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에게, 행동하는 자에게 온다는 것. 이것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지은이의 말

>해방을 위하여
트루먼 쇼 _ 유목민처럼 떠나라
슈렉 _ 보이는 것 너머를 보라
집으로... _ 진정한 소통은 바깥에서 이뤄진다

>자기 성찰
동사서독 _ 사람의 속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존 말코비치 되기 _ 자기 존재를 긍정하라
매트릭스 _ 나는 선택한다, 이 길을!
디 아더스 _ 타자로 전락해 버린 나

>세상과의 화해
굿 윌 헌팅 _ 세상과 화해하는 법
피아노 _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것
쉬핑 뉴스 _ 두려울수록 정면을 보라

>디오니소스 찬가
중경삼림 _ 망각은 행복의 조건
나비 _ 과거도 미래도 삶의 시간은 아니오
뷰티풀 마인드 _ 정신분열을 이겨낸 초인적인 노력

>생존 전략 - 싸우기
와호장룡 _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간장선생 _ 잘 놀고 잘 쉬고 잘 자라
북경 자전거 _ 부숴질 수는 있으나 패배할 수는 없는 자
메멘토 _ 역사는 만들어진 서사
친절한 금자씨 _ 복수로 원혼을 달랠 수는 없다

>생존 전략 - 춤추기
쉘 위 댄스? _ 춤이 없다면 이 삶을 어떻게 견디랴?
빌리 엘리어트 _ 어머니를 만나고픈 접신의 춤
타인의 취향 _ 다름을 인정하면 조화를 얻는다

>언어, 예술, 아름다움
흐르는 강물처럼 _ 예술은 왼손에서 탄생한다
일 포스티노 _ 시인은 의식의 성장에서 태어난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_ 인생의 과정을 향유하라
파인딩 포레스터 _ '아버지'는 아들을 기다린다

>사랑에 관한 담론
여인의 향기 _ 의미는 삶 속에서 결정된다
오아시스 _ 사랑은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_ 사랑의 세 가지 정의
좋은 걸 어떡해 _ 사랑은 중간에서 만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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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주

 이왕주는 장르를 넘나드는 철학자이다. 그는 미국 버팔로 대학교에서의 영화철학 관련 세미나를 계끼로 철학개념과 영화이미지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했다. 또한 소설과 철학을 비유한 설명으로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그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데에는 모든 개념을 너무 추상적이고 어렵게 다루는 기존의 철학자들과 달리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글쓰기를 한다는데에 있다. 그는 철학이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보는 영화나 소설을 통하여 이해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인 철학자들과 그들의 난해한 이론들은 이왕주를 통해서 대중적으로 다가선다. 그는 다양한 텍스트(영화, 소설) 등을 이용하여 이론을 이론이 아닌 실재가 되게 한다.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는 알파치노의 탱코씬으로 유명한 <여인의 향기> 속 두 주인공 프랭크와 찰리의 관계를 통하여 설명되고, 칸트의 숭고함은 보이는 것 너머의 중요성을 통해 <슈렉>으로 풀이된다. 소설을 통한 철학의 이해, 영화를 통한 철학의 이해, 이왕주의 장르를 넘나드는 철학 알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해본다. 그는 현재 국내외 여러 학술지에 철학과 영화가 만나는 많은 글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풀이 철학살이』, 『소설 속의 철학』, 『쾌락의 옹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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